Never ending story..
뭐랄까 막혔던 가슴이 뻥 뚤린듯한 후련한 기분이다.
나와 추억을 공유했던 오랜 친구인데도 그동안 잊고지내며 살아온 미안함과 앞으로도 자주 만나야겠다는 그런 생각들로 충만해 있다.
이름 한번 불러보자.
인호야! 형욱아! 광만아! 덕근아!
짜식들, 이제 늙었더라.
iPod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이런 남자친구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신달자
남자 친구 하나쯤 갖고 싶다. 여자 친구보다는 이성의 분위기가 풍기면서 그러나 애인보다는 단순한 감정이 유지되는 남자 친구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여자 친구보다는 용모에도 조금은 긴장감을 느끼고 애인보다는 자유로운 거리감을 둘 수 있는 남자 친구가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너무 자주는 말고 가끔은 내게 전화를 해서 건강도 묻고 가족의 안부를 물어주며 혹간은 너는 아직도 아름답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남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어쩌다가 월급 외의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를 떠올려 무얼 사줄까 물어 준다면 더욱 기쁠것 같다. 날씨의 변화에도 민감해서 비오는 날이나 바람 부는 날, 문득 거리를 걷다가 공중전화에 들어가 내게 전화해 주는 관심이 있는 남자. 그런 남자 친구라면 내게 아직도 친구가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다. 그런 남자 친구 하나 갖고 싶다.
내가 몹시도 쓸쓸한 날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갈등 없이 "나 지금 외로워"라고 말해도 별 다른 비약 없이 순수하게 내 감정을 이해하고 적당한 유머로 날 위로해 주는 남자 친구가 있다면... 그래, 그런 남자 친구가 있다면, 바쁜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날 시간이 텅 빌 때 차나 하자고 일방적인 시간 때우기를 해도 그것을 우정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비좁은 거리를 달려와 주는 남자 친구가 있다면, 제법 인생이 부유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남자 친구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조금 먼 거리를 단둘이 드라이브하며 깊은 인생 이야기를 하면서도 무리하게 꾹꾹 눌러야 할 그런 속수무책의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맑은 우정의 남자친구, 음악을 얘기하고, 영화를 얘기하고 앞으로의 늙어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감의 우정을 갖는 남자 친구. 그런 남자 친구가 있다면 장관이나 총장이 되는 친구보다 행복할 것이다. 좀더 욕심을 내자면, 애인은 아니지만 애인 비슷한 관심을 가져주는 남자 친구였으면 한다.
환절기가 되면 비타민이라도 사와서 복용 방법까지 친절하게 일러줘 나를 감동시키는 남자친구, 살아가다가 어떨땐 국내건 해외건 비행기표라도 사서 예정없는 여행을 권하는 그런 남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어쩌다가 한번쯤 "힘들지?" 하며 내 깊은 설움을 헤아려주는 배려가 있다면 그가 날 멀리해도 내가 평생 친구로 섬길 것이다.
나이가 들었으므로 너무 용모를 따지지는 않아야겠지. 그러나 키가 좀 크고 강력한 의지력 뒤에 부드러운 미소가 있는 남자, 그보다 마음이 따뜻하고 늘 상대를 더 의식하는 인격을 갖춘 남자 친구라면, 그런 남자 친구가 있다면 나이를 먹어 가더라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내가 해야할 자질 구레한 일들을 기쁘게 심부름해줄 수 있는 남자 친구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가령, 자동차 수리라든가 내가 가기싫은 구청이나 동사무소 같은곳을 대신 가준다면... 그러나 그런 일을 그도 싫어 한다면 그것은 별개의 것으로 둬도 좋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저 내마음 저 너머 어디쯤에 나의 남자 친구가 있다는 믿음과 상관 관계를 느끼도록 노력해 주는 일이다. 서로의 인생에 너무 깊게 밀착되어 있어도 안되고 그렇다고 서로의 인생밖에 머물러 있어도 곤란하다.
좀더 지혜롭게 인간 관계를 조절해 가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비범한 인성으로 나를 실망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예의 바르고 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인품이야 말로 내가 친구로 어깨동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에도 사고, 이번에 또 산다고 대구탕 값을 아까워해도 안될 일이다. 세번, 네번을 사고 당연하다고 여길때 나는 열번을 계속 살 수가 있을 것이다.
자기가 맡은 일은 벼락이 쳐도 깔끔하게 해내는 전문성이 강한 남자, 그런 남자가 내 친구라면 좋을 것이다. 여자 친구는 너무 많아도 천박하게 보일 것 같다. 그렇다고 늘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인다. 분명히 우리는 친구이므로 서로를 편안하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 편안하다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장점인가를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생각하면 그저 기분이 좋은 사람, 인간적으로 신뢰성이 있으면서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남자, 그런 남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자, 그러나 그런 남자가 이 세상에 있겠는가? 만약 그런 남자가 있더라도 그런 일류 사내가 나에게와 줄 것인가... 하는 회의는 나를 더욱 쓸쓸하게 한다. 그리고 설령 그런 남자가 내게 친구로 와 준다고 할 때 내가 그를 수용할 능력이 있냐도 큰 문제다. 왜냐하면 좋은 친구를 갖는 것은 운이 아니라 노력이므로 게으른 나는 엄두도 못낼 일이 아닐까.
미국의 경제학자 베블린이 자신의 저서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Leisure Class)"에서 황금만능주의 사회에서 재산의 많고 적음이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부유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 사치를 일삼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대로 이를 모방하려고 열심인 세태를 설명하기 위한 용어이다.
즉,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허영심이 많은 소비자일수록 베블린 효과를 크게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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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블린 효과(Veblin effect)
가격이 높을수록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
▣ 스놉 효과(Snob effect)
희귀성이 높을수록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
▣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
다른 사람이 많이 살수록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
▣ 반베블린 효과(Counter-Veblin effect)
가격이 낮을수록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