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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7 왜 여자는 봄에 열광하는가? by Mania™
햇빛이 강한 봄철에는 기분이 좋아 밖으로 나가고 싶고 이유 없이 들뜬다. 이런 현상은 남녀를 불문하고 나타나긴 하지만 여자에게서 좀더 두드러진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는 말처럼, 살랑이는 봄바람에 여자들은 쉽게 흔들린다.

봄이다. 남자나 여자나 봄이 되면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기대한다. 더군다나 쏟아지는 봄볕은 우리를 들뜨고 설레게 한다. 일조량 증가가 호르몬 분비의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인간은 ‘시교차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이라는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다. 빛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는 뇌 부위다. 여기에 전달된 빛 관련 정보는 대뇌 밑의 송과선(松果腺)으로 다시 전달된다. 이 부위에서 기분의 상승 및 의욕과 관련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그런데 이 세로토닌은 빛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햇빛이 강렬해짐에 따라 그 분비량도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햇빛이 강한 봄철에는 기분이 좋아 밖으로 나가고 싶고 이유 없이 들뜬다. 이런 현상은 남녀를 불문하고 나타나긴 하지만 여자에게서 좀더 두드러진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는 말처럼, 살랑이는 봄바람에 여자들은 쉽게 흔들린다.

강한 봄 햇빛은 대뇌 기능도 촉진시킨다. 한 심리학 실험에서 봄, 여름, 겨울 3회에 걸쳐 인간의 대뇌 중 ‘시각정보처리 부위’와 ‘청각정보처리 부위’ 신경세포들이 얼마나 빠르게 활성화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 빛이 강한 여름에 대뇌가 신속하고 활발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남자들은 겨울과 봄 사이에는 대뇌 기능에서 차이가 없었던 반면, 여자들은 겨울보다 봄에 대뇌 기능이 훨씬 더 활성화되었다. 이런 경향은 빛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영역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여자의 뇌는 봄의 화사한 빛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빛을 받아들이는 관문인 눈의 구조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차이를 보인다. 남자에게는 ‘대상의 동작을 파악하는 시신경세포’가 많은 반면 여자에게는 ‘대상의 모양과 색상을 파악하는 시신경세포’가 많다. 그래서 한두 가지 단조로운 색상만 있었던 겨울과는 대조적으로, 봄이 되면서 증가하는 주변의 다채로운 색상에 여자가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이다. 봄꽃들의 다양한 색깔만으로도 여자의 마음은 흔들리는 것이다.

특히 꽃은 여자들을 흥분시킨다. 사랑의 고백이나 징표로 연인에게 꽃을 주는 사람은 대부분 남자다. 생일, 결혼식, 각종 기념일에 꽃 선물을 받는 대상은 대부분 여자다. 최근 한 연구에서 꽃과 펜을 각각 선물로 주고 남녀의 기분을 얼굴 표정을 분석해 측정했다. 그 결과 남자에 비해 여자가 꽃 선물에 훨씬 더 기뻐하고 기분이 더 크게 고양되었다. 그들은 꽃을 받고 난 뒤 상대에게 먼저 전화를 하는 등, 스스로 먼저 접근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렇게 꽃에 약한 여자의 심리는 진화론에서 그 설명을 찾을 수 있다. 원시시대, 생존을 위해 삶을 꾸리는 과정에서 남자는 수렵, 여자는 채집활동으로 먹을거리를 구했다. 주로 채집을 했던 여자들에게 꽃은 가까이에 열매가 있음을 알려주고 앞으로의 음식 공급 가능성을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였다. 그러다보니 진화 초기 역사부터 현대까지 여자는 꽃에 민감하고 꽃의 존재에 더욱 기뻐하는 것이다.

이 봄, 얼었던 땅에서 움튼 각양각색의 꽃들이 봄바람에 춤추고 있다. 화사한 봄꽃의 유혹에 끌려 일상의 굴레에서 과감히 벗어나고픈 흔들림을 느낀 적 있는가? 백화점 쇼윈도 안, 화려한 색상의 봄옷에 끌려 대담하게 충동구매를 해버린 적은? 이 모든 것이 결국, 화창한 이 봄날이 죄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Posted by Mania™